뱅크런이 없는 금융 진화, 비트코인(BTC)

비트코인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화폐와 은행업에서 한 단계 진화를 이루었으며 그 중요성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인류가 지난 몇 백 년 이상 사용한, 그리고 정부가 사용을 강요한 시대에 뒤처진 화폐와 은행 시스템으로부터 완전히 진화된 새로운 금융입니다.

여기서 왜 혁명이 아닌 진화일까요?

혁명은 권력의 주인이 바뀌는 것입니다.
프랑스 혁명은 왕에서 국민으로 주인을 바꿨습니다.

고려가 조선으로 바뀔 때 권력은 왕씨에서 이씨로 바뀌었습니다.
산업혁명은 동물의 힘에서 증기기관으로 에너지 기관, 엔진을 바꾼 것입니다.

엄청난 변화입니다.

진화는 더 큰 변화를 말합니다. 유인원에서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든 것, 이게 진화입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와 그 동료들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기도 합니다.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이니 혁명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금융자본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볼까요. 불과 이틀 동안 2 개 은행이 문을 닫았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한 상업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암호화폐 친화은행인 실버게이트은행입니다.

두 은행 모두 주거래 상대인 벤처기업과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으로 자본부족 상태에 빠졌죠.
먼저 돈을 빼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지급불능이 되버렸습니다.

뱅크런(bank run)이 벌어졌습니다.
두 은행은 자발적으로 또는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은행은 700 년 전 발명품입니다.
14~16 세기 르네상스 시대 무렵의 베니스에서 벌이진 뱅크런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베니스는 금은 보석세공으로 유명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상업의 중심지였죠.

사람들이 금은방에 금세공과 금괴, 은괴를 맡기는 상인들이 늘어났습니다.

금은방 주인들은 맡겨 놓은 금괴를 거의 찾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금괴 10 개 중 1 개를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습니다.

차차 빌려주는 금을 늘려갔습니다. 이 금은 돌아서 다시 금은방으로 돌아오고 주인들은 영수증을 써주고 금을 보관합니다. 영수증을 가져오면 금을 내줍니다. 결국 영수증은 금괴 100 개 분량을 써줬는데 가지고 있는 금괴는 수 십 개도 안됩니다.

금은방이 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도둑이 어느 가게를 털었다는 소문이 나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영수증을 가지고 가서 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금은방이 현재의 은행이고 영수증을 가진 사람들이 예금 고객입니다. 당연히 고객들에게 내어줄 금이 부족합니다. 베니스판 뱅크런입니다.

중앙은행과 은행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예금자 보호제도도 만들어졌고, 중앙은행이 철저히 은행을 감시하고, 너무 많은 돈을 빌려주지 못하게 지불준비제도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베니스 금은방과 똑같습니다. 미국은 25만 달러까지 예금 원금을 보호해 줍니다. 대신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는 은행을 장악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25만 달러가 넘는 돈을 예치한 예금주들은 돈을 다 찾지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SVB의 경우 25만 달러 이하 비중(금액 기준)은 3%도 안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97%가 넘는 예금이 원금도 못 건지게 된 셈입니다.

금은방의 지불불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 백 년 간 만들어 온 은행과 중앙은행 국가가 개입하는 화폐 금융시스템은 아직도 이 모양입니다.

이 신뢰가 깨지면 한 순간에 무너진다는 본질은 여전합니다. 실력보다 더 많은 돈을 찍어내는 화폐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라는 본질이 거의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의 화폐 시스템이 그동안 만들어 낸 경제성장과 이를 통한 삶의 질의 개선을 모두 부인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화폐는 자연스럽게 발달했고 정부가 이 발달 과정에 안정성을 더해준 것을 인정합니다. 포스(POS)부터 신용장, 신옹카드 등 다양한 결제방법 제공으로 산업발전을 뒷받침 한 사실도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정부 신뢰에 의존한 피아트 머니의 초과 발행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옵니다. 정부가 찍어낸 돈은 부채이고, 부채에 기댄 경제성장은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금융당국이 발빠르게 대응해 조기진화에 나섰지만 제2의 SVB, 제2의 실버게이트가 언제 어디서 폭탄처럼 터질지 모릅니다. 어떤 금은방이 문을 닫을지 모릅니다. 그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떱니다.

미국 정부는 또 '시스템 리스크는 없다'며 진화에 나설 것입니다.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왜 뻑하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불안해 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인가?
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위험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봐야 하는가?

10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미국 정부 부채(화폐발행)에 의지한 시스템이 흔들리면 거기에 의존하는 다른 나라도 함께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기축통화인 달러와 이에 기반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이지리아, 레바논에서는 올 들어 예금한 돈을 내놓으라며 시민들이 은행을 습격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화폐가치 하락과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나라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현 시스템은 금은방의 불투명성과 불안함을 정부가 겨우겨우 방어해 온 것입니다. 금은방보다 더 힘이 쎈 정부의 맹목적인 자신감과 방종으로 시스템 여기저기에 금이 가고 있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요?

기존 시스템은 나름대로 위기를 해쳐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혁명인지 진화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비트코인이 '나를 믿어'애서 '나' 라는 중앙 신뢰 기구 없이 수학적으로 순수한 신뢰를 제공하는 새로운 화폐와 화폐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무한 발행의 기존 화폐와 명쾌하게 비교됩니다. 1 달러도 안되는 적은 양의 비트코인(사토시)를 수수료 없이 즉각적으로 세계 어디에나 실시간으로 송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금인출 불능 사태가 잦은 은행 시스템과 달리 개인키만 가지고 있으면 전세계 어디서나, 24시간 휴일도 없이 언제나 내 비트코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혁명이든 진화이든 비트코인은 유일하고 확실한 대안입니다. 송금, 결제, 가치저장 등 흔히 말하는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이라는 화폐의 기능에서 이미 기존 화폐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도 착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일 뿐입니다. 진화는 시간 싸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