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대 중반, 처음으로 내가 부자구나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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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중반 아줌마입니다.
오랜 외국 생활을 하다 한국에 오니 금전적 감도 떨어지고, 한국에서 결혼해서 시작한 친구들처럼 재태크, 강남 아파트, 이런거도 모르다보니 상대적 빈곤을 많이 느꼈어요.
남편은 교포라 아무 생각이 없었고 전 강남 8학군 출신이라.. 처음부터 부모님 도움으로 강남 집 사서 시작한 친구들 많았고 많이 뒤쳐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 10년 차인데 4억으로 전세살았어요.
외국 생활이 그렇듯 돈 모으지도 못하고 살았고, 몇 년은 seed money 모으는데 집중했어요.
다음 짠돌이 카페도 가입해서 생활비를 획기적으로 아꼈고요.
5인 가족 한달에 300만원 안 넘으려고 했어요.
짧은 기간안에 seed money 모으는 길은 무조건 아끼고 무작정 모으는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짠돌이 카페 보면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많아서 가계부 보면서 반찬까지 다 따라했었네요.
ㅎㅎ 아마 강남권 최저 생활비로 살았을겁니다.
외식은 아예 안하다 시피 했던거 같아요.
대략 일년에 일억정도 모아서 3억 더 만들었고 거기에 대출 받아서 서울 성동구에 아파트 샀구요.
2년 만에 2억 올라서 2016년 말에 그 집을 팔고 10억을 만들고 거기에 대출 만땅 받아서 압구정 재건축으로 갈아탔습니다. 그것도 대형평수로 ㅎㅎ 이왕 하는거 통크게 저질렀죠.
애도 셋이라 실거주하려면 30평대는 안 되겠더라구요.
그 당시에 실거주 2년 채우느라, 집을 판 돈이 다 들어오기 전에 먼저 대출로 잔금 치르고, 집을 판 돈을 받게 됩니다.
당시 남편과 의견 대립이 엄청 났어요.
전 대출 갚지 말고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자.
남편은 절대 안된다.
엄청 싸웠던 기억이 있네요.
그 당시 임대사업자라는 제도가 처음 나왔는데 전 아무리 봐도 너무 신기하고 좋은 제도인데, 왜 이런걸 아무도 안하지? 생각했었고, 부동산에 물어봐도 다들 잘 몰랐었어요. 어쨌든 아무리 읽어봐도 너무 유리한 제도라서 30평대 분양받을 수 있는 한남뉴타운 30평대 재개발 빌라를 남편 몰래 먼저 저질러버렸고 후에 통보했습니다.
대출이 어마어마했는데 당시 금리가 싸서, 커버가능했어요. 남편 연봉이 2억 정도, 세후 1200 정도 가져와서 가능했었구요. 그래도 애 셋에 강남 생활비로 쉽진 않았죠. 아줌마도 안쓰고 학원 대신 제가 끼고 가르치고요. 부동산 임장도 다니고 강좌도 듣고 인테리어도 업체 안쓰고 매번 다 직접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말엔 제가 더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실거주로 살던 압구정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그 전세금으로 다시 개포동에 투자하게 됩니다. ㅎ 그리고 저희는 월세로 비강남권에 거주하고요.
이번에도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소형 리모델링 아파트를 샀고요. 그게 법이 바뀌어서 혜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요.
남편이 경제학과 출신이고 전 그냥 문과인데, 그래서 10년 넘게 가장이라고 믿고 경제권 맡겼다가 완전 실패했구요. 초초 안전주의자라 무슨 투자를 못 하더라구요. 자기가 가장이니 더 책임감도 컸구요.
결혼 14년 만에 보다못해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제가 경제권 다 가져와서 투자했고 그 이후부터 승승장구했죠. seed money 가 없어서 나중엔 실거주 전세주고 월세로 갈때는 무슨 부귀영활 누리려고 그러냐고 남편과 또 대립했죠...
어린 애들 셋 데리고, 이사다니고, 전학다니고 이사다닐때마다 인테리어도 셀프로 다하고 그 와중에 애들 뒷바라지하고 부동산 임장다니고 힘들게 살았네요.
그 결과는 지금 보답받고 있구요. 작년부터인가는 마음이 점점 편안하고 안정적이 되더라구요. 애들 성적이 안 나와도 화도 덜 나고, 예전처럼 불안하지도 않고..
돈이 다는 아니지만 행복에 어느정도 기여를 하는구나 싶어요...
지금은 돈이 아니라 다른 것들에 더 중요성을 깨닫고 진짜 인생을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지요...
어제 확인해보니 압구정 아파트, 한남뉴타운 빌라, 개포동 아파트, 대출이랑 전세금 빼고나니 대략 자산이 60억 되더라구요.
두개는 임사 등록에 한채는 실거주했고... 소급적용이다뭐다 세금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어요.
뭐 그보다 훨씬 많아도 부자 소리 못 듣는다 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스스로 난 이제 돈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 훨씬 많이 가진 친구도 자기가 부자라고 생각 안 하는데, 그보다는 제가 나은 것 같아요. ^^
물론 저보다 자산이 적더라도 더 행복하시면, 그게 위너라고 생각합니다.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못 하는 것 없고 (눈이 높지 않고 사치하지도 않아요. 쇼핑도 안 좋아합니다)
주거 환경이나 제 삶이 매우 쾌적하고 만족스럽고요. 남편은 이제 전적으로 절 신뢰하고 모든걸 맡기고.. 애들은 행복하게 잘 크고..
돈이 따라오니 행운이 따라온건지, 행운이 따라오니 돈이 따라온건지.. 는 잘 모르겠어요.
그 전의 저는 돈이 아니어도 잘 나가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매우 불행했고 조선시대 사고인 교포 시댁때문에 남편과도 불화가 심했고 힘들어서 애들도 이쁜 줄 모르고 키웠어요.
경제력이 없어 이혼은 못하고 대신 어느정도 살기반 마련하면 이혼하려고 재산 증식에 몰두했더니 재산이 불려지고, 이제 관계도 화목해졌습니다. 물론 그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다른 노력들이 있어서구요..
남편과 화목해지고, 아이들이 사랑스러워지니, 삶의 만족도를 물질적인데서 찾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것 때문인지 그간 짠돌이 카페에 가입해서 아끼는 연습을 한 덕분인지, 지금도 크지 않은 생활비 안에서 하나 부족함 없이 잘 살게 되네요.
워낙 외식을 안해버릇해서 지금도 한달에 두번 정도만 하고요. 쿠팡이츠 배민 이런거 앱도 없고 모릅니다. ㅎㅎ 압구정 살 때도 바로 옆 현대 백화점도 간적이 없어요.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그런데 싫어합니다.
음식은 전부 다 제가 해요. 진짜 살림 잼병이었는데, 지금은 김치도 다 담가먹네요.
한국 아저씨들은 저같은 와이프 있음 업고다닐텐데.. 저희 남편은 쟨 왜 저렇게 헝그리정신으로 힘들게 사나 하고 별 감흥이 없어요. 그런데, 시간지나고보니 늘 맘이 편한 남편이 위너더군요.... 저만 맘고생 몸고생 ㅎㅎ
남들은 전 그냥 고생 안한 강남 사모님인 줄 알아요. 그렇게 보이고 싶기도 했구요.
하지만 발 밑으로 엄청 헤엄치던 백조처럼 발길질 헤대고 있었죠...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요?
제 주위를 보면 아닌거 같긴 하지만요..
고진감래라고, 그래도 지금은 다 추억이네요.. 방학동안 애 셋 집에 남겨두고 짜장면 시켜주며 매일 부동산 임장다니던 기억이며.. ㅎㅎㅎ 그 덕에 지금의 제가 있고 그 때 방치되어서 좀 미안하지만 대신 다 니네꺼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애들은 아주 행복했던 추억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애 셋이 아주 방학을 하루종일 누워서 티비보고 배달오면 맛있는거 먹고 또 티비보고 게임하고... 당시 전 학원도 안보내고 교육비 아낀다고 안썼어요. 솔직히 가성비 떨어진다고 생각했구요. 지금은 큰애 고딩이지만 필요한거만 그때그때 시키고 그냥 냅둡니다. 그래도 성적 상위권입니다.
원래 내 얘기 어디에도 안 하는데 오늘 비도 오고, 오랜만에 집값 확인하고 기분 좋아서 주절주절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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