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 꼭 돈으로만 사기를 치는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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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친구를 만나러 가다.
모처럼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사업체를 차렸던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래도 친구 사무실 가는데, 맨손으로 가기는 뭐해서 근처 편의점에 들러, 적당한 선물 하나 사가려고 했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가보니 "임대"라는 고지물이 출입구에 붙어 있더군요.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본 매장은 텅빈 카운터, 장비, 진열대들이 고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아!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다.'
카카오네비를 켜고 근처 편의점을 찾아보니 1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또 다른 편의점이 있어 찾아갔습니다.
들어가보니 상품들이 거의 없고 점주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는 퀭한 눈으로 멍하니 카운터에 앉아 계시더군요.
"사장님, 혹시 선물세트 종류는 어디에 있나요?"
"없어요.."
"아..그래요? 그러면 혹시 양주나 와인코너가 어디..."
"없어요.."
제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없어요란 말로 질문을 끊어버리는 상황에 순간 당황했습니다.
때마침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그래도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역시 인사는 없습니다.
"수고하세요!"
"......"
저도 편의점을 하나 운영하고 있지만, 혹시 저의 모습이 저럴까 싶어질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인가?, 일 참 편하게 하네...'
"사기꾼이 꼭 돈으로만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다."
친구의 사무실은 생각보다 크고, 화려했습니다.
홀로 사업체를 꾸려온 지 5년차.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다 서술해 내기에는 벅찬 스토리를 간략하게 들으며 티타임을 나눴습니다.
드디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안도의 말에 저 또한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받기도 했는데 전화를 거는 경우는 진행 중인 업무와 일정을 수시로 체크하기 위한 내용이 많았고, 전화를 받는 경우는 간략한 보고를 받거나, 미팅 일정을 협의하기 위한 내용이 많아 보였습니다.
"야~너 전화통화 꽤 많이 하네. 괜히 내가 와서 시간 뺏는거 아닌가 몰라"
"아이다~아이다. 니는 친구 아이가"
그러는 와중에 친구는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내가 니랑 얘기중에도 이렇게 통화를 하는 것은 사실 사업이라는게 꼼꼼하게 체크를 안하면 사고난다. 직원들이 알아서 다 잘해주겠지 하다가 큰 코 다친다. 내가 그래서 골로 갈 뻔한 적이 몇 번 있어서 .....블라블라...
....그리고 니도 이것저것 알아보며 노력하겠지만, 초반에 사기꾼만 걸러도 시작의 50%는 성공이다."
"야야. 나도 바보가 아닌데 무턱대고 사기꾼에게 당하겠냐? 그리고 난 사기 당할 돈도 없다. ㅋㅋ"
"사기꾼이 꼭 돈만 노리는게 사기꾼 아니다. 니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빨아먹는 넘들도 다 사기꾼이다 생각하고 걸러야 한다. 니가 시간과 에너지를 썼는데 그에 합당한 보상을 안하는 자. 꿀꺽 하는 자. 다 사기꾼이다 생각하고 걸러라."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건 사기였네', '그 사람은 사실 사기꾼이나 진배 다를 바 없었네.' 라는 상황과 대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본인이 사기를 치려고 한다는 사실. 사기를 쳤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사기로 피해 본 편의점. 문을 닫다.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 자리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있던 편의점 2곳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한 곳은 폐점, 한 곳은 폐점 진행 중인 이유에 대해서..
대로변에 있던 편의점의 경우, 본사에서 예측했던 예상매출과 현격한 차이로 인해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못해서.
한 블럭 뒤에 있던 편의점의 경우, 운영을 믿고 맡겼던 점장의 횡령(본사송금액 누락, 재고 처분, 매출 누락)으로
발생한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과 위약금 때문에 당장의 폐점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ㅠㅠ
그저 누군가를 신뢰하고 의지했던 사람들일 뿐인데, 잃어야 할 게 너무 많고 큽니다.
과연 돈 뿐일까요?
그 분들은 앞으로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으로 부터 얼마나 관대해질 수 있을까요?
손님의 간단한 질문과 인사에도 멍하니 앉아 있던 편의점 점주님도 처음에는 활기넘치고 위트 넘치는 인사를 건내던 멋진 사장님이었을지 모릅니다.
결정은 당신이 했으니 당신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손가락질 하기에는, '형평성이 안맞는 형벌'과 같은 상황 같습니다.
누군가의 시작, 첫 걸음이 안전할 수 있도록.
저 또한 가게를 알아보러 다니면서 많은 사장님들과 소통하고, 만나고 협의를 나누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결국 온라인셀러를 하겠다. 애드센스를 해보겠다. 주식을 하겠다.
셀프 난리 부르스를 추다가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던 곳을 인수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그러한 과정에서 '알면서 안 당한 경우'도 있지만, '지나고보니 아찔한 경우'도 있네요.
누군가의 시작 돈, 시간, 에너지를 빨아먹으려는 빌런같은 자들은 항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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