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픈이 MMORPG 게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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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픈을 MMORPG 게임이라고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스테픈도 결국 게임(정확히는 게임화gamified 된 건강/투자앱)이고, MMORPG의 구조와 상당 부분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이미 흥망성쇄를 겪었던 수많은 게임들의 역사를 보면 스테픈의 미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스테픈이라는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캐릭터(메인 신발)와 동료(에너지용 신발)를 구매하거나 뽑기(민팅)를 통해 뽑아서 파티를 구성 및 육성하고, 피로도(에너지)를 사용해서 사냥(운동)을 합니다. 그렇게 사냥을 해서 얻은 재화를 마켓에 내다 팔아서 수익을 얻는 것이 이 게임의 주요 컨텐츠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서 마켓에서 재화를 구매하기도 하죠.
캐릭터 육성 방법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재화가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처음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는 캐릭터 육성 메타가 Efficiency 스탯 기반의 '전사'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남들보다 도전정신이 강한 유저들이 '도적' (Luck 신발)을 키우기도 하고, 일부 선구적인 플레이어가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마법사' (Comfort 신발)를 미리 육성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비주류였죠.
'전사'는 Efficiency 스탯에 비례한 양의 골드(GST)를 일정하게 얻는 매우 안정적인 클래스입니다. 처음에는 '오픈빨' 덕분에 신규 유저들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아무리 모든 유저가 '전사'를 키우고 골드(GST)를 캐서 내다 팔아도 그 공급을 받아 줄 신규 유저들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은 나날이 흥했습니다.
거기다 흥겜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작업장(중국 민팅공장)이 들어와 동료(에너지용 신발)를 찍어내서 마켓에 내다 팔았고, 이 과정에서 매일 엄청난 양의 골드(GST)를 소모했기에 골드 가치와 캐릭터(신발)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모두가 알고 계시는 연쇄적인 사건들(운영진의 시세 개입, 운영 및 소통 미숙, 작업장 퇴출)로 인해서 골드의 가치는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의 재미(수익성)가 감소하자 신규 유저는 줄어들었고 게임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코인/주식시장 폭락)가 겹치며 잠재적인 유저 풀 자체가 쪼그라들었거든요.
스테픈에는 직업 변경 (스탯 초기화 및 재분배)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기존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골드(GST)를 기계적으로 찍어내었고 수요는 없는데 공급만 늘어나니 골드는 결국 똥값이 되고 맙니다.
골드가 매일 전저점을 찍으며 하락하자 기존에는 비주류이던 새로운 메타, 즉 도적이 주목을 얻기 시작합니다. 도적은 Luck(행운) 스탯을 기반으로 보물상자(미박) 드랍율을 향상시켜 보물(젬) 대박을 노리는 클래스입니다.
이 보물상자는 획득과 보상은 랜덤인 주제에 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골드(GST)가 필요해서 골드 가치가 높을 때 도적을 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골드 가격이 떡락하자 효율이 좋아졌죠. 일부 고인물 유저들은 기존의 전사 캐릭터 대신 새로 '도적'을 육성하기도 하고, 가뭄에 콩나듯 들어온 신규 유저도 첫 캐릭터로 '도적'을 고르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때맞춰 개발진은 업데이트를 통해 '도적'을 상향하는 밸런스 패치를 진행합니다. 즉 보물상자(미박)의 종류를 늘려 Luck(행운) 스탯의 활용도를 세분화하고, 초보자들의 '도적' 클래스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죠. 거기에 캐릭터 뽑기(신발 민팅)에 반드시 필요한 주문서(민팅 스크롤)을 추가하고 이걸 보물상자에서만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도적을 선택할 요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선택권이 생겼습니다.
기존 플레이어 중에서는 재투자를 통해 도적(럭신발)을 새로 키워서 기존의 전사(GST 채굴신발)과 함께 운용하는 사람도 생기고, 핵과금 고인물들은 아예 기본 능력치가 높은 하이클래스(레어, 에픽) 캐릭터를 구매해서 1타 2피 하이브리드 캐릭터를 키울 수도 있겠죠.
가뭄에 콩나듯 들어오는 신규 유저들은 대부분 육성 개념이 간편하고 랜덤 요소가 적은 전사를 선택하겠지만 미리 공략집을 철저히 분석하고 들어오는 타입의 플레이어는 현재 메타에 맞춰 도적으로 입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새 이런 글들이 자주 보입니다.
'언커로 갈아타려는데 전략 조언 부탁드립니다.'
'럭 신발 새로 키워보려고 하는데 어떤가요?'
'OO 스탯에 OO 에너지로 OO 미박 얻어 보신 분 계신가요?'
다년간의 게임덕후 짬밥으로 볼 때 이건 게임이 더 재밌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입니다.
대부분의 RPG 게임은 캐릭터 육성의 큰 틀(전사, 도적, 마법사 등)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좋은 게임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다른 플레이어와 의견을 교환하거나 스스로 테스트 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세부적인 자신만의 육성방식(메타)을 연구하도록 유도합니다.
정해진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보다 그게 훨씬 즐겁기 때문이죠.
과거에 캐릭터(신발) 육성 메타가 힘 (Efficiency) 스탯에 몰빵하는 '전사' 하나 뿐이었을 때는 어땠나요?
스탯이나 육성 방법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면 "시뮬레이터 돌려보세요." "가이드 정독하고 시작하세요." "E, R 합 15 이상으로 된 신발 사시고 비율은 4:1로 찍으세요." 등 틀에 박힌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미박 등급 확장과 드랍율의 변화(커먼 미박의 확정 보상으로 1렙 젬 2개가 나오게 된 것은 다분히 의도된 변화입니다)를 통해 판을 깔아주니 반응들이 사뭇 다릅니다.
각자 자신의 육성 계획을 짜보고, 유저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하나의 패턴을 도출해 보려고도 하고, 폭망한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몰입감 있게 플레이하고 계신 게 느껴집니다.
아직 검증되고 정형화된 메타가 없다 보니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육성 방법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구제불능의 똥손이라서 묵직하게 골드(GST)만 캐는 힘 몰빵 전사(Efficiency 신발).
내구력은 형편없지만 크리티컬 히트만 호시탐탐 노리는 도적 (Luck 신발).
골드(GST)와 보물(미박) 획득에 골고루 투자하여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추구하는 수도승 (하이브리드 신발).
그리고 어느 하나도 놓치기 싫어 오늘은 보물, 내일은 골드를 사냥하는 핵과금 이도류 검사까지...
이렇게 각자의 플레이스타일을 찾아가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골드(GST)는 계속 소모됩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끝이 보이지 않던 하락세도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곧 능력자분들이 최고의 효율을 내는 메타를 찾고 이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배포할 것입니다.
각종 시뮬레이터, 보조 앱, 계산 공식이 업데이트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길을 그대로 따를 것이고, 결과적으로 특정 재화의 공급이 다른 재화를 압도하는 시기가 올겁니다.
그럼 그 재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플레이어들은 또 패닉하겠죠.
이런 메타들 간의 절묘한 밸런스를 항상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주 잘 만든 오래된 다른 게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게임의 수명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되려면 운영진은 끊임없이 고민해서 플레이어들에게 연구할 거리, 놀 거리, 경쟁할 거리를 던져줘야 합니다.
일단 새로운 유형의 클래스로 다이아몬드(GMT)를 획득할 수 있는 '마법사' 클래스 (Comfort 신발)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삼권분립이라는 개념도 있듯이 일단 서로 상호보완 및 견제가 가능한 메타가 3개 정도 있으면 특정 재화의 공급이 너무 한 쪽으로 쏠리는 건 어느정도 예방이 가능할 듯 합니다.
캐릭터(신발) 육성 방법도 더 세분화 될거구요.
보통 오래가는 RPG 게임은 새로운 직업이나 클래스를 계속 출시하는데, 스테픈에서 마법사(Comfort 신발) 이후에 새로운 클래스가 또 나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또 게임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것이 더 높은 단계의 던전을 오픈해서 기존에 모든 컨텐츠를 소모한 유저들에게 새로운 놀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이건 스테픈에서도 3번째, 4번째 체인(렐름)이라는 이름으로 아마 기획단계부터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게임의 4요소인 도전, 경쟁, 보상, 성취를 자극할 만한 추가적인 컨텐츠가 나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레이드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길드 시스템 이라든지, 스피드런이나 마라톤 같이 랭킹을 매길 수 있는 한정 이벤트, 또 포켓몬고처럼 지도 위에 랜덤하게 나타나는 아이템을 획득하면 보너스를 준다든가 뭐 그런거 말이죠.
한가지 확실한 건 영원히 흥하는 게임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고 공들여 운영하는 게임도 시간이 지나면 컨텐츠 고갈과 신규 유저는 0에 수렴하게 되고, 고인물은 고일대로 고여서 폐사하게 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테픈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제가 보기에는 운영진들도 게임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저도 당분간은 그들이 만드는 판에서 즐겁게 플레이 하려고 합니다.
돈 벌려고 진입했으면서 웬 게임 타령이 이렇게 기냐구요?
오로지 수익만이 목적이셨던 분들은 이미 투자금 몇배로 먹고, 또는 미련 없이 손절치고 나가셨을거라 생각합니다 ㅎㅎ
겜덕 입장에서 저는 스테픈을 통해 건강, 재미, 수익이라는 3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하며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즐기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테픈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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